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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폴 생활

싱가포르 유학생활 장점과 단점 (1)

싱가포르는 영어가 공용어이고 다국적 기업이 많다는 장점으로 유학생활을 하기에 좋은 나라이다. 또한, 미국과 같은 나라들보다 한국에 가깝고 학비도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다. 대학교를 싱가포르로 가기로 결정한 계기에는 여러 가지 복합적인 이유가 있지만 현재 본인이 생각하는 싱가포르 유학에는 다음과 같은 장단점이 있었다. 싱가포르 유학생활의 장단점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싱가포르 생활의 전반적인 장단점이기도 하다. 

장점

1) 아시아 내에 영어권인 국가

홍콩과 싱가포르 중 고민을 했지만, 홍콩에 놀러 갔을 때는 영어와 중국어가 공용어지만, 중국어/광둥어를 하지 못하면 살아남지 못하겠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영어로 의사소통이 정말 힘들었다. 반면에 싱가포르에 방문했을 때는 웬만한 곳들에서 영어가 다 통해서 훨씬 마음이 편했다. 이러한 점들을 비교해 봤을 때 싱가포르에서 유학을 하기로 마음을 굳혔다. 지금 홍콩 정치적 상황을 고려하면 싱가포르로 온 게 정말 잘 한 결정인 듯싶다.

2) 치안이 정말 좋다

밤 12시에 거리를 걸어 다녀도 안전하다고 느껴지는 나라. 이건 유학생뿐만 아니라 거기 거주하는 모든 사람들에게도 포함되는 얘기.

3) 대중교통이 편리

싱가포르에 살다가 한국에 가면 항상 지하철이 너무 복잡하게 느껴져서 울음이 나올 정도로 싱가포르의 지하철 시스템은 최고 수준이다. 환승도 정말 편리하고 지하철 요금도 기본요금이 850원 정도이다. 한국처럼 환승 시스템이 있어서 대중교통을 타고 여행하기 참 좋은 나라다. 버스도 잘 되어있고 노선도 정말 다양해서 자가용 없이 살 수 있는 몇 안 되는 나라 중 하나라고 생각된다.

 

 

단점

1) 평균 소득에 비해 정말 비싼 렌트비 및 생활비

싱가포르는 생활비가 정말 비싸다. 기본적으로 한국에서 누리던 삶을 누리려면 예산을 두 배 이상은 잡아야 하고, 음주가무를 즐긴다면 네 다섯 배는 잡아야 한다. 싱가포르는 소주 한 병의 가격이 (대부분의 한식당 기준) 2만 원 정도 된다. 물론 마트에서 사면 더 저렴하지만 소주 한 병에 2만 원은 정말 살인적이다. 한식도 꽤 비싼 편이라 한식당에 가서 고기라도 먹으려면 2인을 기준으로 한 끼에 대략 8만 원 정도 든다. 거기에 술도 마신다면 10만 원은 우습게 넘는다. 

렌트비 또한 싱가포르 평균 소득에 비해 비싸다. 싱가포르에서 셰어하우스에 방 하나를 렌트한다고 가정했을 때, 위치나 방 안 화장실 유무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저렴하면 60만 원 정도, 위치가 좋으면 100만 원 이상이 든다. 혼자 원베드룸 집에 거주하고 싶다면 최소 160만 원 정도는 드는데, 비싼 곳은 2-300만 원도 넘는다. 유학생활을 하면서 기숙사에 살 수 있다면 50만 원 정도면 혼자 쓸 수 있는 방을 얻겠지만, 기숙사를 가지 못하게 된다면 렌트비 지출도 무시 못할 정도로 엄청나다.

2)  싱가포르는 공산주의 국가다

싱가포르에서 살게 되면서 점점 느끼는 거지만 싱가포르는 민주주의 국가가 아니다. 싱가포르는 반공산주의, 잘 포장된 공산주의, 성공한 공산주의 국가이다. 개인의 SNS 계정에서 싱가포르 정부 욕을 하다가 걸리면 감옥에 갈 수 있다. 언론의 자유는 고사하고 정부의 꼭두각시. 현 정부가 몇십 년째. 대통령이 존재하지만 정말 존재감이 없고, 국무총리가 모든 일을 처리한다. 해외에서 주요 인사가 방문해도 대통령과 의논하지 않고 국무총리와 의논한다. 모든 중요한 정부 지침은 국무총리가 발표한다. 현 국무총리는 전 국무총리(싱가포르의 아버지 리콴유)의 아들로, 권력의 세습이나 다름없다. 

정말 말도 안 되는 것에서 엄격한 규제는 물론, 법안이 통과되면 2-3일 내에 모든 사람이 그 규칙을 따를 정도로 정부의 힘이 막강하다. 일례로, 코로나가 터지고 그 초창기에 싱가포르에서 '이틀 후부터는 마스크 착용이 필수입니다. 마스크 미착용 시 벌금 $300 부과'라는 정부 방침을 발표했을 때, 그 후 길에서 마주친 사람들이 전부 다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 우리나라는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기까지 몇 달이라는 '적응기간'을 줬지만, 싱가포르는 바로 그 전 주까지 '건강한 사람은 마스크 착용은 할 필요가 없다, 아픈 사람들만 마스크를 착용해라'라고 하다가 갑자기 그 주부터 마스크 착용을 하지 않는 사람에게 벌금을 부과하겠다고 했다. 우리나라 같으면 난리가 났겠지만, 싱가포르 국민들은 군소리 없이 그 결정을 따랐다.

3) 싱글리시, 중국계 싱가포리언

처음에 싱가포르에 와서 동북아시아 계통의 사람들이 나한테 말을 걸 때, 나는 그 사람들이 나한테 중국어로 얘기를 하는 줄 알았다. 그럴 때마다 단호하게 '나는 중국인이 아닙니다'라고 말을 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싱가포르 억양의 영어로 얘기를 한 것이었다. 중국어로 말하는 것만 같은 정말 강한 억양에 처음에 너무 고생했다.

대학 생활 초반에는 중국계 싱가포리언 교수님들이 말을 하는 건 집중은 물론 이해 자체가 안 될 정도로 고생을 많이 했다. 관광객들이 놀러 와서 싱가포르 억양을 못 알아듣겠다고 당황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건 정말 당연한 이야기다. 싱가포르에 산 지 꽤 오래된 지금도 가끔 싱가포르 억양이 너무 강한 사람들이랑 대화하다 보면 깜짝깜짝 놀라긴 한다. 그런 억양으로 하는 말을 다 알아듣는 자신을 보면 '나 정말 많이 컸구나'하면서 대견하기까지 하다. 중국계 싱가포리언들은 가끔 영어로 이야기하면서 중국어 문법을 써서 의사소통이 안 통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걸 못 알아듣는 네 잘못이지. 싱가포르에 살면 이건 당연히 이 뜻이야'라는 적반하장의 태도를 보면 울화가 치민다.

싱가포르 사람과 연애를 하면서도 오해가 생기는 게 그 특유의 화법 때문인 경우도 상당히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