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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폴 여행/싱가폴 맛집

[싱가포르 맛집] 미슐랭 스타 파인 다이닝 리츠 칼튼호텔 썸머 파빌리온 Summer Pavilion @ Ritz Carlton

싱가포르 리츠 칼튼 호텔에 있는 서머 파빌리온 Summer Pavilion 식당은 중국식 파인 다이닝의 경험을 제공한다. 당당히 미슐랭 가이드에 별 한 개로 이름을 올리고 있는 식당으로, 코스 요리와 단품 요리 둘 다 제공한다. 싱가포르 미슐랭 식당답게 높은 가격을 자랑한다. 평소에 싱가포르에서 맛집 탐방을 좋아하는데, 가격대가 높은 요리나 유명한 곳은 한 두 달에 한 번 꼴로밖에 못 가서 더욱더 소중한 경험. 이번에 가서 먹은 코스 요리는 인당 $198++인 Osmanthus 메뉴, 한화 약 20만 원으로, 두 번째로 저렴한 코스 요리다. 참고로 서머 파빌리온에서 가장 저렴한 코스 요리는 인당 $98++으로, 코스 요리는 무조건 최소 2인 이상 주문을 요구한다.
식당 내부는 넓고 깔끔했는데, 평일 오후라 그런지 몇 테이블 없었다. 저번에 갔던 포시즌 호텔의 파인 다이닝 식당은 중국 춘절과 기간이 겹쳐서 그런지 가족단위 손님들도 많고 코로나로 인한 2인 규제도 없어서 조금 떠들썩한 분위기였는데, 조용한 점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

식당 내부, 자랑스럽게 걸려있는 미슐랭 가이드


중국식 파인 다이닝은 구성이 다 이런가 싶은 정도로 포시즌 호텔의 중국식 파인 다이닝과 거의 흡사한 메뉴. 메인 빼고 메뉴가 다 같다. 심지어 가격도 $198++로 동일하다. 아뮤즈 부쉬는 이베리코 돼지고기와 관자요리, 제비집 수프, 굴소스에 전복과 야채, 메인, 중국식 디저트. 차이라고는 메인 메뉴와 디저트 정도인 것 같은데, 새로운 걸 경험하는 재미가 없어서 아쉬웠지만 그래도 예쁜 식기와 아기자기한 장식으로 눈을 즐겁게 하는 맛이 있다. 다른 중국식 파인 다이닝의 메뉴도 이와 비슷하다면 또 다른 중식 파인 다이닝을 굳이 더 시도해볼 필요성은 못 느낀다.

아뮤즈 부쉬 - 완자와 이베리코 돼지고기



이 식당의 세심함이 엿보이는 점이 하나 있었다. 손님이 코스를 고르면 메인 메뉴판은 다시 가져가고 고른 코스요리의 팸플릿을 식탁 위에 올려놓는 것인데, 먹으면서 코스 요리 재료와 순서를 보면 얘기하는 재미가 있었다. 가끔씩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에 가면 내가 지금 먹는 것의 재료는 뭐지, 다음 순서는 뭐지? 이런 생각을 하거나 메뉴판을 다시 가져 다 달라고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렇게 그 코스만 따로 있는 메뉴판을 가져다준 식당은 처음 봐서 사소하지만 세심한 점이 참 좋았다.

주문한 코스요리 메뉴를 따로 가져다준다

코스 메뉴의 하이라이트이자 식당의 자부심 Poached Rice with Canadian Lobster 데친 쌀과 캐나다산 랍스터가 들어간 국물요리인데, 음식을 주면서 자기네 식당의 미슐랭 별 하나를 받게 한 음식이라는 웨이터의 장황한 설명에 나름 기대를 했다. 밥 위에 랍스터를 올리고, 거기에 손님 앞에서 국물을 부어주는 식인데, 비주얼은 그냥 밥에 국을 말아먹는 느낌이다. 웨이터의 자랑스러움 묻어나는 설명에 맛을 기대했지만 새우탕면 남은 국물에 쪽파를 썰어 넣고 밥이랑 누룽지 (cripsy rice가 들어갔다), 랍스터를 넣은듯한 맛이다. 새우인지 랍스터인지 갑각류 냄새 진하게 나는 국물에 밥을 말아먹는, 정말 비싼 특별한 것이라고는 랍스터밖에 없는 맛. 이게 미슐랭 별 하나를 받을만한 요리인가?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새로운 음식과 식당을 경험해보기를 좋아하는지라 '여기는 이렇구나. 이제 알았으니까 됐다! 다시는 시키지 말아야지'라는 생각을 하고 경험 자체에 만족을 하는 편이지만, 비싼 음식에 흥미가 없고 밥값을 아까워하지만 큰맘 먹고 가는 사람들에게는 정말 아까울 만큼 보통의 맛이다.

미슐랭 별을 받게 해 준 요리라는데..



식당에서 가장 맛있고 인상적이었던 것은 제비집과 닭고기 수프였는데, 코코넛 안에 제비집 수프를 대접한다. 흡사 정말 새 둥지 같은 비주얼에 보는 재미도 있고 맛도 있다. 국물이 정말 맛있어서 코코넛 바닥까지 긁어먹었다. 코코넛 아이스크림이나 코코넛 주스를 좋아하긴 하지만 코코넛이 요리에 들어가는 것은 거부감이 있는 편이라 먹기도 전부터 걱정이 됐지만 그런 걱정이 무색할 만큼 코스 요리 메뉴 중 가장 맛있었다. 정말 생경한 조합이었지만 코코넛과 같이 먹는 제비집 수프가 이렇게 조합이 좋을지 몰랐다.

가장 맛있었던 제비집 스프
마무리로 중국식 디저트

코스메뉴 두 개와 차까지 합해서 약 42만 원 나왔다. 가장 싼 코스 메뉴는 인당 10만 원 짜리도 있으니, 싱가포르의 미슐랭 식당을 도전해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한다.